뉴스 > 중앙일보 2008-02-22 06:06
[week&CoverStory] 여성탈모, 그 많던 머리카락은 어디 갔을까
도움말: 강남점)경희봄한의원 장영철원장
중앙일보|기사입력 2008-02-22 06:06 |최종수정2008-02-22 08:49
[중앙일보 홍주연.이영희.권혁재] 요즘 30대 ‘골드미스’(경제력이 있는 싱글 여성) 셋이 모이면 무슨 얘기를 할까요. 남자·돈·다이어트….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머리카락 얘기지요. 헤어 스타일을 예쁘게 가꾸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솔솔 빠져나가는 머리카락 걱정이지요. 흑채·부분가발·한방샴푸…. 대책도 갖가지입니다. 탈모, 남자들만 고민하는 줄 알았다고요?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욕실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보며 한숨 폭폭 쉬는 여성들의 목소리를요.
글=홍주연·이영희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홍보회사 임원 김수정(36·여)씨는 요즘 거울을 보기가 두렵다. 하루가 다르게 숭숭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가르마 부분이 썰렁하다 싶었는데 이제는 누가 정수리 부분을 볼까 봐 지하철에서 좌석에 앉지도 못한다. 김씨는 부모님 머리숱이 적어 가족력이 아닐까 더 걱정이다. “처음에는 ‘여자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거예요. 시집도 가기 전에 대머리가 될까 봐 요즘은 잠도 안 와요.”
직장인 장윤영(31·여)씨는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빠진 경우다. “지난해 초 회사를 옮긴 뒤 몇 달을 밤새워 일했죠. 심적 부담도 컸고요. 가을부터 머리 감기가 두려울 정도로 빠지더라고요.” 강씨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다고 한다. 두피 보호 제품을 바르고 밤마다 머리를 마사지했다. 생강을 달여 머리에 바르고 홈쇼핑에서 관리 기구도 구입했다. 요즘 강씨는 수백만 원을 주고 두피 관리실에 다닌다. 그는 “돈이 아깝지만 머리만 날 수 있다면 월급을 전부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머리 빠지는 여자들이 늘고 있다. 여성들이 사회 진출을 많이 하면서 스트레스와 환경 요인에 더 민감해졌기 때문이다. 두피 관리업체 스벤슨에 따르면 1997년 전체의 7%에 머무르던 여성 고객이 지금은 전체의 40%에 달한다. 이 회사에 따르면 특히 20~30대 여성이 많았다. 여성 고객 중 34%가 30대, 26%가 20대였다. 이 회사 김은경 부지부장은 “2030 여성들이 미용 시술에 더 적극적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이들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경희봄한의원 장영철 원장은 “최근 1~2년 사이에 여성 탈모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5년 전만 해도 10명 중 1명꼴이었는데 지금은 환자 10명 중 4~5명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탈모닷컴(www.talmo.com)’‘대다모닷컴(www.daedamo.com)’ 등 탈모 관련 사이트에 올라오는 여성들의 사연은 심각하다 못해 처절할 정도다. 일부 여성은 자신의 머리를 사진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현경’이라는 아이디의 20대 여성은 “7년 전부터 가발을 쓰고 다녔는데 남자 친구가 이를 알아챈 것 같다. 자꾸 찜질방에 가자고 졸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모’라는 아이디의 여성은 “평소 증모제(머리를 검게 보이도록 뿌리는 것)를 뿌리고 다녔는데 웨딩 촬영을 앞두고 가발을 써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글을 올렸다.
탈모 관련 제품을 구입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홈쇼핑 업체에 따르면 두피 관리 샴푸와 부분 가발, 증모제 등을 구입하는 고객의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CJ홈쇼핑에 따르면 두피 관리 샴푸 ‘댕기머리’ 고객 중 85%가 여성이다. GS홈쇼핑 황규란 대리는 “탈모에 효과가 있다는 레이저 기구의 경우 고객의 절반이 여성이다. 인터넷 쇼핑몰에도 탈모 상품을 사는 여성이 많다”고 전했다. 가발업체 하이모의 경우 매년 여성 고객 수가 30%씩 늘어나고 있다. 이 회사 홍정은 차장은 “여성 고객은 대부분 부분 가발을 맞춘다”며 “여성이 남성보다 지갑을 여는 데 더 적극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전·생활습관·다이어트 등을 여성 탈모 증가의 이유로 꼽고 있다. SNU 피부과 조미경 원장은 “여성의 사회 활동이 많아지면서 스트레스도 함께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싱글족이 늘면서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인스턴트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장영철 원장은 “2030 여성들의 ‘외모 지상주의’도 탈모와 관련이 깊다”며 “무리한 다이어트 때문에 머리가 빠져 병원을 찾는 여성이 10명 중 2~3명꼴”이라고 말했다.